PEI는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주이기도 하다. 섬 자체가 제주도처럼 하나의 주(Province)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지방은 특히 4가지로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감자, 해안절경, Confederation Bridge, 그리고 빨강머리 앤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홍합과 붉은 흙 등이 있을 것 같다. 캐나다 전체 감자생산량의 1/3 을 이 작은 섬에서 수확한다고 하니 감자제국이라고 불려도 무리가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감자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를 가더라도 정말 신선하고 맛있는 감자요리가 기본으로 나왔다.
여행 둘째날은 일요일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의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를 들었다. 전날 푹 쉬고 푹 잤기에 상쾌하고 가뿐하게 숙소를 나섰다. 나흘간 유일하게 해가 나온 시간이었던 만큼 햇살 속에 전형적인 북미 시골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가 Asian American 2세가 대부분이 곳이라 정말 오랜만에 백인들만 가는 교회를 가보았다. 그래도 똑같은 찬양과 찬송가를 부르고 크게 다르지 않은 예배순서를 가지고 있어서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작은 교회에 아내와 나만 아시아계였는데도 아무도 신기해 하지않는 걸로 봐서 성수기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교회였으리라. 아무튼 이 교회에서 결혼 2주년간 서로 더욱 사랑하게 해주시고 비록 카드빚으로 버티지만 이렇게 좋은 곳으로 기념여행도 보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릴 수 있었다.
예배 후에 우리가 향한 곳은 작은 어촌마을 Rustico 이다. 일요일이고 이미 비수기로
접어들었기에 도무지 영업을 하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다운타운(?) 삼거리(?)에서 By The Bay 라는 작은 식당을 하나를 발견했고
많은 수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것을 보고 (1)근처에 문을 연 식당이 없거나, (2)맛이 좋은 식당일 거라고 판단, 일단 들어갔다. 다행히 두
사람이 앉을 자리가 있어서 바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허름한 식당 내외관과 못생긴 음식 모양과는 딴판으로 기가 막힌 맛집이었다. 우리 부부는
뉴욕에서도 맛난 레스토랑만 찾아다니고 맛있는 레시피는 반드시 직접 만들어 보는 미국식으로 foody, 즉 내노라 하는 미식가들인데 여기만 연달아
3번을 갔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음식 정말 제대로 만드는 시골 맛집을 하나 찾은 셈이다.
배불러 브런치를 먹고 드디어 Green Gables로 입성했다. 캐나다 달러로 1인당 5불70센트라는 입장료를 내고 입장권으로 옷에 붙이는 작은 스티커를 받았다. 먼저 <Anne of Green Gables> 및 몽고메리 여사의 삶에 관한 간소한 박물관과 20분 정도 되는 (불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며 상영되는) 짧은 영상물을 보았다. Green Gables는 몽고메리 여사의 할아버지가 소유한 농장으로 그녀의 사촌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공상하고 메모하기를 좋아하던 그녀는 100년 전 아름다운 이 농장을 중심으로 PEI가 배경이 되는 장편 소설 <Anne of Green Gables>를 써냈다. 우리는 흔히 앤의 유년기 시절만을 알고 있으나 소설 상에서는 그녀와 길버트가 결혼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결혼을 할 때까지 거의 한 평생을 담아내고 있다. 나도 뒷부분은 읽어보질 못했기에 시간이 나면 아내의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서 농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첫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헛간. 어디서 많이 봤던 헛간이다. 일본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赤毛のアン>과 거의 100% 일치하는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이는 풍경에 감탄했다. 헛간 내부에는 앤이 늘 매튜 아저씨와 함께 타고 다니던 그 검은 마차가 있고 재미있는 암소 모형도 있었다.
그리고 헛간을 지나자 바로 그 초록색 지붕의 2층집, 매튜와 마릴라 그리고 앤이 살던 그 집이 보였다. 과연 현지 로케이션 애니메이션이라 할 만하다. <赤毛のアン> 속의 집 그리고 풍경이 현실 속에 그대로 존재하다니. 그런데 현재 이 집도 소설을 바탕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재건축된 것이라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성공을 했기 때문에 해마다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갔던 날도 비수기에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두세 무리의 일본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공식 명칭이 <Green Gables House>인 이 집에는 소설 속에 나오는 갖가지 소품들로
가득했는데 하나하나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집안을 구경하는 내내 나도 아내도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소설 속
에피소드들 중 하나가 앤이 치즈항아리 뚜껑을 닫지 않아서 쥐가 그 속에 들어간 이야기인데 그 항아리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집안을 구경하고 나서는 집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숲 속의 조용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이 오솔길은 소설 속에서는 연인의 산책로라고 부렸던 것 같은데 앤이 혼자 걸으며 공상 속에 빠지곤 했던 곳이다. 이 숲은 Balsam Hallow 라고 불리는데 사철나무의 일종인 발삼나무가 가득해서 숲속 가득히 발삼향이 진동을 한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머리라도 금방 감고 난 기분이 들었다.
Green Gables를 둘러보고 나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숙소로 일찍 들어와서 책 읽고 TV 보면서 쉬다가 둘째날을 마감했다.
캐나다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매우 잘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것들을 미국에 와서는 거의 잊고 지냈다. 정말 부끄럽게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최대의 소비국이면서도 분리수거나 재활용에 대해서는 결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PEI에서 음료수를 살 때는 유리병 밖에 볼 수가 없었고 음료수를 마시고 난 후 병을 반납하면 40센트에서 50센트 가량을 돌려주었다. 아예 영수증 상에 병값과 음료수값이 따로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모습이었다. 모든 병 모양의 음료수가 일회용 플라스틱 패트병에 담겨 판매되는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고 또 부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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