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행기

뉴욕 여행 첫날 가이드 - 뉴욕을 보러오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01

Y군! 2007. 9. 10. 12:50

지난 번에 편지를 쓰는 것과 포스팅을 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편지로 쓴 글을 포스팅해 올려봅니다. 이달 말에 한국에서 친구가 뉴욕으로 열흘 가량 여행을 오게 되는데 여행을 하기에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길래 마침 블로그에 한번 쯤 정리해서 올릴 내용이라 조금 더 열심히 써보았습니다. 형식은 친구에게 편하게 쓴 편지형식 그대로입니다만 꼭 나누고 싶은 내용이라 약간의 가감을 거친 후에 그대로 올립니다.


9월 말에 열흘씩이나 뉴욕을 여행하러 온다니 정말 좋은 시간을 잘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에 뉴욕은 열섬현상과 골목이나 지하철에서 풍기는 썩는 냄새 때문에 그야말로 끔찍할 수 있는 관광지이고 겨울은 한국과 비슷한 추위와 함께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블리자드(눈폭풍)도 종종 불어오기에 결코 관광에 좋은 시간이 아니거든. 봄과 가을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나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이 최고인 것 같아.

먼저 이야기할 것이 있어. 뉴욕시를 구경하기 위해서 세세한 여행계획 따윈 짜지 않아도 될거야.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걸어서 40분 밖에 안 걸리는 너무나 작은 지역이라서 그날 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날씨 따라서 일정을 정할 수 있으니까 미리 뭐가 있는지 정도만 알고 오길 바래. 배낭여행처럼 한번 지나온 곳이나 멀리 있는 곳에는 돌아가지 못할 일도 없으니까.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으니까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여행의 참맛을 만끽해야지.

사람들이 뉴욕, 뉴욕 하지만 사실 한국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뉴욕은 뉴욕시(New York City)를 말하는 건 알지? 미국에서 뉴욕이라 하면 국경이 캐나다까지 닿아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뉴욕주(New York State)를 말하는 거고 뉴욕시는 브롱스(Bronx), 맨하튼(Manhattan),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이렇게 다섯 지역을 말해. 그리고 네가 가는 곳은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나 현지 사람들이 the city 라고 일컫는 작은 섬, 맨하튼이야.

맨하튼에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갈 곳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을 추천하곤 해. (플로리다주가 Sunshine State, 뉴저지주가 Garden State 인것처럼) 뉴욕주가 Empire State 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상징으로 유명하지만 내가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곳의 전망대를 꼭 가봐야 하기 때문이야. 영화 킹콩에서 킹콩이 올라가서 휴식을 취하던(?) 바로 그 곳이지. 이곳에 가면 맨하튼을 비롯해서 뉴저지를 비롯한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와. 빌딩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눈을 감으면 떠오를 만큼 선명하게 각인이 되어버리는 그런 풍경이야. 이 전망대에는 오디오 관광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해. 물론 공짜는 아니야. 귀에 헤드폰을 쓰고 전망대를 돌아다니며 주변 경관에 얽힌 뉴욕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듣게 되지. 그런데 한국말로도 서비스를 제공하니 40여분에 걸쳐서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이번 여행의 기본이 될 맨하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한번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맨하튼 어디를 가더라도 대충 내가 어디에 있는지, 이곳은 어떤 이야기(story:내가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가 있는지를 대강이나마 알게 되는 거야. 너는 대학 때 역사기행을 많이 다녔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그리고 이것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첫코스로 추천하는 이유야.

그리고 또 한가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입장을 할 때 티켓을 사야 하는데 이때는 반드시 City Pass 라는 걸 사도록 해. 링크까지 걸어놨으니까 어떻게 생긴건지 잘 확인하도록. 뉴욕에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있다면 반드시 사야 할 티켓이야. 유명한 관광지 6곳(the Empire State Building Observator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in midtown Manhattan; Guggenheim Museum on the Upper East Sid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on the Upper West Side across from Central Park; and an unforgettable Circle Line Sightseeing Cruise)을 거의 반값으로 여행할 수 있어. 어른이 65불이야. 당연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이 티켓으로 들어가겠지? 그리고 이곳의 오디오 가이드도 포함된 가격이니 추가로 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해.

그 다음에 꼭 가야 할 곳은 위에서 말한 “City Pass” 를 이용할 수 있는 “Circle Line Sightseeing Cruises 라고 생각해. 두세가지 옵션이 있는데 2시간 짜리 코스가 너무 부담되지 않고 좋을 거 같아. 좀 전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는 맨하튼의 중심에서 이 도시를 내려다 보았지만 이번엔 맨하튼의 주변을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거지. 당연히 여기에도 관광가이드가 있어. 그런데 영어로 현지인이 이야기를 해주지. 정신 바짝 차리고 영어듣기에 집중을 한다면 전망대에서 듣지 못한 좀 더 현실적이고 현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될거야. 42번가의 동쪽 끝에 있는 선착장에서 시작해서 반대편 42번가 서쪽의 끝 근방의 UN 본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지. 갈 때는 딴짓 안하고 집중해서 열심히 듣고 돌아올 때는 사진도 찍으면서 찬찬히 구경하는게 팁이야.

나는 위에서 말한 세가지 항목을 뉴욕, 그러니까 맨하튼 여행의 첫날 필수코스라고 추천하지. 일단 이렇게 시작을 하게 되면 가져 온 여행안내서를 따라 가고 싶은 곳을 다녀도 훨씬 재미있고 깊이 있는 여행을 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 (확신은 해 ^^)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하철표를 사는 것부터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군. 관광가이드에도 나와 있을거라고 믿지만 혹시나 해서..^^; 하도 관광객이 많은 뉴욕시이다 보니 당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Fun Pass라는 게 있고 일주일, 한달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티켓도 있어. 일주일 이상 머물게 될 테니까 7-Day Unlimited Ride MetroCard 를 사길 권해. 일주일을 넘기고 나면 Fun Pass를 하루씩 사서 돌아다녀도 되겠군. 서울에서 생활해본 사람은 이곳에서 택시를 탈 이유가 하나도 없어. 서울 지하철이 뉴욕 지하철을 모델로 지어졌거든. 근데 버스는 나도 모르겠다. 서울서도 버스는 아는 버스만 탔으니까. ㅋㅋ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히 내가 좋아하는 맨하튼의 매력에 대해서 조금씩 알려주도록 할게.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곳의 진짜 매력은 뉴요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약간이나마 공유해 보는 거라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는 이 작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이곳을 좀 더 알아야 하겠지? 그 후에 천천히 혹은 발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니거나 뮤지컬, 재즈클럽 등을 즐기며 뉴요커 흉내를 내야 훨씬 즐거운 여행이 될거야. 다음 편지를 기대하시라. ^^

2007/11/02 - [review+tips] - 뉴욕 여행 가이드 - 뉴욕을 보러오는 친구에게 쓰는 편지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