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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lags 에 가다 3/3 - 궁극의 롤러코스터 Kingda Ka

Y군! 2007. 8. 10. 00:25

link: Six Flags 에 가다 1/3 - 내키지 않는 놀이공원
link: Six Flags 에 가다 2/3 - 롤러코스터의 최강자들

Kingda Ka

성경의 주기도문에 보면 '나라이 임하옵시며' 부분이 영어로 'your kingdom come' 이고 직역하면 '당신의(하나님의) 나라가 온다' 입니다. 스펠링을 모르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킹더커', '킹덤컴' 이라고 들리길래 저는 이 롤러코스터 이름이 'Kingdom Come' 인줄 알았습니다. your kingdom(하나님의 나라), 즉 천국이 온다(come), 다시 말해서 '너 죽는다' 라고 나름 넘겨짚은 거지요. 그런데 이 롤러코스터 보시면 아마 그런 생각이 반드시 들게 될 겁니다.

Kingda Ka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입니다. 139미터라는 높이, 즉 45층 높이의 루프로 206 km/h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올려 버립니다. 그리고... 똑같은 높이를 수직으로 자유낙하 합니다. 출발에서 최고속도까지의 가속시간은 3.5초입니다. 무서운 것은 종종 롤러코스터가 힘이 모자라 레일의 최고점에 넘지 못하고 뒤로 돌아오기도(Rollback) 한다는 겁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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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본 Kingda Ka 와 Rollback 경고 (사진출처 Wikimedia)

처음에 주차장에서 보면 롤러코스터 레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으면 뭔가 쏜살같이 올라왔다가 내려가지요. 그리고 간간히 비명소리도 들립니다. 저는 가슴이 잠깐 동안 콩닥거리다가 이내 나와는 상관 없는 놀이기구라고 단정 짓고 갈길을 가게 되더군요.

이 무시무시한 롤러코스터를 왜 탔겠습니까?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놀이공원 오면 입장료가 아까웠다. 저는 일단 놀이공원 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있는대로 즐깁니다. 그런데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고 탈만한 게 이 괴물 롤러코스터 하나만 남았더군요.
둘째, 아내가 탄답니다. oTL 다들 안탄다고 뒤로 빠지는데 아내가 탄다고 하더군요. 남편의 의무는 아내가 비명 지르면 옆에서 손잡고 같이 비명 지르는 안심시켜 주는 겁니다. 어쨌든 이거 한번 같이 타고 용감한 남편,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으로 아내와 친구들에게 인정 받았습니다. ^^;

'까짓거 뭐 유격도 갔다 왔는데 이거 못하겠어' 라고 생각하기에는 롤러코스터가 너무 무섭게 보이더군요. 절벽에서 로프 잡고 낙하하는 것은 속도라도 조절할 수 있지만 이건 그냥 떨어지는 거니까요. 줄서는 동안 내내 담담하다가 마침내 탑승 스테이션 위로 올라오자 갑자기 온몸이 세차게 고동치더군요. 심장박동을 정수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느낄 수가 있었지요. 어지간히 졸았던 거지요. 대학 졸업반 시절, 어느 회사 공채 최종면접 대기실에 다른 대기자들과 앉아 있었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었습니다. (떨어졌지만요..)

마침내 탑승을 하고 쏘아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자니 공기인지 물인지 뭔가를 콤프레셔로 압축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 압축완료를 알리는 '푸슉'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나갔습니다. 무서운 속도였습니다. 3.5 초만에 206 km/h에 도달한다는 것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지요. 온몸이 세차게 뒤로 밀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데, 점점 땅과 멀어지는 아니 하늘과 가까워 지더군요. 그것도 수직으로 말이죠. 그리고 포물선의 최고점에 이르며 찰나의 평화를 느낍니다. 어찌나 높은지 전망대에 오른 기분이죠. 그 다음은 수직자유낙하입니다. 땅이 위로 솟아나는 걸 보게 됩니다. 내려오는 레일을 한차례 틀어놓아서 땅이 가까워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해두었더군요.(-_-;) 다음 순간, 평이한 레일 위를 달리며 스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었지요. 이 모든 일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기에 소리지를 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리고 나니 입술은 바싹 마르고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제가 겁이 많은 편이 아닌데 확실히 꽤나 놀랐나 봅니다. 약간이라도 공감을 얻고자 아래에 YouTube에서 가져온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



이것을 끝으로 Six Flags를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기분이 꼭 군대시절 첫 유격훈련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기분과 흡사하더군요.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안도감이 뒤범벅된 그 묘한 기분 군에 갔다오신 분은 잘 아실 겁니다. "놀이공원" 갔다오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미국은 스케일이 커도 많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아주 오랫동안 놀이공원을 가지 않을 것 같네요. 자랑은 아주 많이 하고 다닐 겁니다. 미국 친구들 중에서 태반은 이걸 무섭다고 타지 않는 걸 확인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