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 꺼려했던 곳들 중 하나가 안마 시술소였습니다. 안마 이외의 비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스포츠 마사지를 제외하면 건전한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퇴폐 영업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꺼리던 곳을 아내와 둘이서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퇴폐 영업소는 아니고 뉴욕의 건전한 마사지 시술소였는데, 요금이 좀 많이 비싸긴 했지만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1시간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아내나 저나 일을 무척 많이 했는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인지 어깨는 물론 목덜미까지 뻐근해져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몇 달간 경제도 어렵고 정리해고 바람도 거셌기 때문에 휴가나 휴식은 생각도 못하고 계속 긴장하면서 일을 했는데, 이러다가는 우리가 죽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지난 목요일에는 아내와 서로 어깨 마사지를 해줬지요.
그러면서 돌처럼 굳은 근육과 스트레스를 풀 방법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 했는데, 스파에 가서 전문 마사지 시술을 받으면서 하루 정도 푹 쉬어보기로 결정을 했지요. But..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스파니 마사지니 뭐가 그렇게 비싼지 저희 형편에는 상상도 못하겠더군요. 싼 곳이 30분당 $50 정도인 겁니다. 경제만 좋았어도 미친 척 카드로 긁고 둘이서 1시간씩 $200 을 쓰고 마사지를 받아볼 생각을 했는데 이건 아니죠.ㅡㅡ;
그런데 금요일에 아내가 직장 보스에게 시설은 허름하지만 실력 좋고 가격도 다른 곳의 반값(현금일 때만..^^)인 곳을 알아냈습니다. 그 보스에게 맨하튼의 마사지 시술소를 섭렵한 친구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비싸지만 휴가 가는 셈 치고 눈 딱 감고 예약을 했습니다. 커플마사지가 $100 이었는데 정말 반값이더군요. 예약은 크레딧카드 정보로만 된다고 해서 예약을 했는데 예약 빵구 내면 위약금(?)이 있다고 전화까지 해주더군요.^^;
토요일 저녁에 하루 종일 집에서 쉬다가 마침내 그 비밀스런 안마 시술소에 갔습니다. 허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척 검소(!)한 곳이더군요. 미드타운의 화이자(Pfizer) 건물 맞은 편의 빌딩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변변한 간판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척 깨끗하고 조용했는데 요란한 장식이 없어서 오히려 깔끔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입구에는 ‘손님의 성적인 요구는 일체 금지하고 있다’는 사인이 있어서 뉴욕에도 변태 손님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 곳은 여성 전용이고 남성은 오직 커플 마사지일 때만 들어갈 수 있더군요! 게이 커플일 때는 남자끼리도 갈 수 있답니다. 그럼 성적인 요구는 도대체 누가 한다는 것인지..
방에 들어가니 촛불만 몇 개 켜져 있고 어두컴컴한데 방 중간에는 마사지용 침상이 있습니다. 그 침상은 위생을 위해 일회용 커버로 싸져 있고 그 위에는 몸을 덮을 큰 전신 수건이 있더군요. 침상 머리 부분에 구멍이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있으면 마사지 시술하시는 분들이 와서 마사지를 해줍니다. 아, 속옷 차림으로 수건으로 몸을 덮고 누워 있어야 하더군요. 그 분들이 옷까지 벗겨주지는 않으니까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그것도 최고의 인건비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이 저처럼 밥벌이만 겨우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치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첫 10분 동안은 돈이 아까워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첫 10분이 지나자 온몸이 녹더군요. 뉴욕의 마사지사 하면 미국 드라마 Friends의 천방지축 피비만 생각해서인지 이렇게 마사지를 부드럽게 잘 할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중국 출신의 여성 마사지사들이었는데 그 실력이 결코 헐값이 아니었습니다.
꿈같은 1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등, 팔, 손, 다리, 발, 가슴까지 전신을 마사지했으니 1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30분부터 45분, 60분, 90분, 그리고 120분까지 코스가 있더군요. (가격은 시간에 비례하는데 여성 마사지의 가격이 커플 마사지의 가격보다는 훨씬조금 싼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코 돈이 아깝지 않은 1시간이었습니다. 아내도 저도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해져서 괜히 신이 나고 즐거웠으니까요. 다음에는 돈 많이 벌어서 꼭 2시간을 시술을 받아보고 싶더군요.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온몸이 무척 개운하고 가벼웠는데 그런 기분은 참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습니다. 아내나 저나 괜히 기분이 좋아서 보통 때보다 수다도 많이 떨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면서 미드 타운을 한참 싸돌아 다니다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렇게 아내와 커플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더군요. 오랜만에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았는데 단돈 $100에 그런 웃음이나 행복함을 줄 수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휴가 없이 쉴새 없이 일하느라 지치고 힘들 때 재충전과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마사지를 한번 받아보세요.
※ 뉴욕에 계신 분들 중에 제가 간 곳을 알고 싶으시면 이메일 보내 주세요. 화려한 시설 등에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마사지 서비스에만 요금을 내는 것 같아서 좋은 곳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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