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며칠간 신나게, 원없이, 죽지 않을 만큼 아팠다. 수요일은 하루 종일 두통이 가시질 않더니, 목요일, 금요일은 고열 및 오한을 동반한 몸살이 있었고, 토요일은 온종일 토사곽란에 매순간 기절 하는 줄 알았다. 일요일은 3일을 못 먹어서 그랬는지 하루 종일 졸음과 현기증에 시달렸다. 얼마 만에 이렇게 아파 봤는지 모르겠다. 감기몸살에 걸리면 몸관리 제대로 안했다고 밉지 않은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하고 병간호만 해줬다. ^^;
자꾸 아프니까 토요일에는 나도 아내도 덜컥 겁이 나서 급히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선생님이 음식을 통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원래 허약한 체질은 아닌 것 같은데 면역력이 많이 약화되었을 것이라며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잠을 많이 부족했는지, 운동을 쉬었는지 등을 물었는데 모두다 yes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ㅡㅡ; (아내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흘간 누워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난 몇 달간 내 자신에게 한심하리만큼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들어 회사, 이사, 금전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급격히 많이 받고 있었는데, 운동은 시간 없다는 핑계로 4달 가량을 거의 그만두다시피 하고 있었고, 날은 덥고 머리는 복잡하고 해서 잠도 늘 부족하게 잤었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병을 부르고 있었던 셈이다.
삶에 있어서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일이 신나고 즐거우면 일 이외의 것들과 적절히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운동이라도 해야 했다. 당연히 그럼 잠이 안 올 이유가 없었겠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항상 밸런스를 잡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지난 몇 달간 뭔가에 홀린 듯 모든 걸 놓아버린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병치레를 하고 난 후에도 머릿속에는 얼른 그 동안 못한 일을 할 생각 밖에 없으니 내가 하는 일은 일이 아니라 중독인 것 같다. 내가 진짜로 감염된 바이러스는 열 나게 하고 배 아프게 하는 병원체가 아니라 자꾸 가슴 뛰게 만드는 스타트업 벤처라는 놈인가 보다.
물론 이번에는 균형을 잡고 달릴 것이다. 또 꼬꾸라지면 폼이 살지 않는다.
'Y군 > Life Stream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에서 커플 마사지를 시도하다 (20) | 2009.03.18 |
---|---|
포스팅을 끊지 않기 위해 몇마디 (6) | 2009.01.21 |
뉴욕시로 이사를 계획하다 (10) | 2008.07.10 |
영어보다 실용적이고 전달력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 (12) | 2008.05.09 |
근황 + 공지 (20) | 2008.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