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에 이달 말에 지난 2년간 살아온 아파트의 리스가 만료된다. 즉 방을 빼야 한다. 2년간 잘 살아온 집을 떠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5층집이다. (5th floor walk-up apt.)
한국에서 기숙사 5층 및 아파트 5층 건물에 몇 년을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완전 배가 불렀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는지 몇 달간 운동을 안해서 그런지 딱 4층까지가 한계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는 계단에 나도 아내도 지쳐 버렸다. 요즘에 무릎도 아프기 시작한다. ㅡㅡ; 그리고 1층의 세탁실에서 빨래라도 하려고 하면 30분 단위로 오르락 내리락 해야한다. (그 중 최악은 빨래할 동전을 깜빡 하고 안가져왔을 때다.)
2. 너무 덥다. (too hot)
한국에서 에어콘 없는 기숙사 혹은 자취방에서 선풍기 켜놓고 잘도 살았는데 버릇이 나빠진 건지 삶의 기준이 높아진 건지 더워서 못살겠다. 5층이고 꼭대기 층이라 아래에서는 열이 올라오고 위에서는 열이 내려온다. (green house!!) 그러다 보니 바닥부터 쌓이는 에어콘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가 천장에서부터 채워져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와 만나는 선(!)이 생기는데 날이 더워서 그 선이 책상에 앉아있는 내 머리보다 낮아지면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3. 사생활 침해가 심하다. (no privacy)
아파트가 경제공황 시절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라 벽 사이가 얇고 벌어진 틈새도 많아 소리는 물론이고 냄새까지 상하좌우 이웃들과 공유를 하고 산다. 조금만 생각 없이 걸어도 아랫집에서 빗자루로 천장을 찔러대고(무슨 Friends냐..) 아랫집 아저씨의 퀴퀴한 홀아비 냄새(남자기숙사냄새?)가 산뜻한(..) 우리 침실을 오염시킨다. 귀가 좀 예민한 나는 특히 이웃에서 들리는 소리에 많은 방해를 받게 되는데 옆집 총각 양다리(?) 걸치는 것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영상만 없지 이웃집 리얼리티쇼(18금)가 따로 없다. 실제로 이웃이 이사를 가면 희한한 섭섭함 마저 든다.
4. 운전하기 싫다. (no more driving)
아내나 나나 비록 직장이나 삶의 중심이 뉴욕시에 있더라도 도심외곽에 해당하는 뉴저지에 살고 있는데, 뉴저지는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서 어디를 가든 항상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 운전하는 것이 극도로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큰 도시 쪽이 다 그렇지만 뉴욕/뉴저지도 운전자들이 많이 난폭한 편이다. 주차하기도 어렵고 주차장 있는 집은 너무 비싸다. 기름값은 갈수록 비싸지고 차는 늙어서 점점 더 유지비가 늘어간다. 한마디로 차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졌다. 플로리다가 그리울 뿐이다.
한 2년 한 곳에서 살았으니 이런저런 이유들로 이사를 갈 때도 되었는데 차를 없애려고 생각을 하니 대안이 대중교통 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뉴욕시 맨하탄이다. 집세가 살인적이긴 한데 보험료를 포함한 차 유지비를 집세에 돌리게 되면 그것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아내는 회사에서 교통비를 지급하고 나는 재택근무를 하니 교통비 걱정도 없다. 아내는 통근이 더 쉬워지고 나는 일하기 좋은 카페나 도서관이 더욱 가까워지니 더욱 끌린다. 그리고... it's New York!! (우리부부는 뉴욕을 너무 좋아해서 신혼여행까지 뉴욕에 다녀왔다. 물론 이 동네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고..)
도시생활이냐 교외생활이냐 장단점을 두고 한참 저울질을 하다가 이왕에 여기까지 (태평양 건너서, 미대륙을 횡단해서, 플로리다에서 뉴저지까지) 왔는데 늘 꿈만 같았던 진짜 뉴요커(New Yorker, 뉴욕에 살고 일하는)가 한번 돼보기로 했다. 그래봐야 집세 때문에 빌리지(Village) 같은 쿨한 동네는 근처에도 못가겠지만.. 원룸 형태인 스튜디오 아파트를 구하면 컬럼비아 대학 쪽(West Harlem이 아니다! ㅡㅡ;)에서는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시에서 월세를 얻는 것은 그 조건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한데 제출하는 서류가 그린카드 신청할 때보다 더 많은 것 같아 좀 놀랬다. 이것도 좋은 경험인데 블로그에 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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