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맨하탄에 있는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전에 정기검진 받으러 갔을 때 한국에서 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문제가 발견되어 오늘 그 치료를 하기로 했지요. 지금은 집에 가는 길에 익스프레스 버스를 기다리며 스타벅스에 앉아 랩탑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 1세 혹은 1.5세들을 만나게 되면 흔히 듣는 말이 의료시설은 한국만한 데가 없다, 미국의사들은 돈만 주면 면허를 받아서 믿을 수가 없다, 병원 가기 무서워서 한국이 그립다 등등 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민 2세나 3세에게 듣는 바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한국에서 병원에 갔는데 진료비가 싸서 좋기는 했는데 안전이라든가 위생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치료법이나 약품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의사가 너무 권위적이다, 진료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 의사가 극히 프라이버시를 너무 심하게 침해해서 기분이 언짢다, 등등 분명 또 다른 비교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내가 이민 2세이고 2, 3세 친구들이 많이 있다 보니 그들과 이민 1세 혹은 한국본토인들 사이에서 왜곡되어 있는 것들을 많이 보는 편입니다. 특히 의료시설 같은 경우 미국의 그것이 결코 한국보다 못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높은 의료기준으로 인해 한국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신기술이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대나 치대의 경우 한국의 교육과정 못지 않게 어렵고 힘듭니다. 교육과정에 들어가기가 한국보다 훨씬 쉽지만 전문의가 되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 명문대에서 의대와 치대를 나온 친한 친구들이 몇 명 있고 미국에도 결혼식 때 제 옆에 설만큼 친한 친구들 몇 명이 의대, 치대를 졸업하기에 교육과정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 병원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 한인 병원만 이용하거나 한국에 들어가서야 병원을 이용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도 영어도 자유롭지 못하고 (지금도 뭐 그리 자유롭지는 않습니다만 ㅡㅡ;) 미국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던 1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병원 가느니 한국에 들어갔을 때 병원에 가겠노라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저 또한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 이민자들처럼 한국에서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 받을 수 있었고 의사와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증상과 증세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외국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과의 이별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의 폐해로 턱없이 올라버린 의료비용과 부족한 의사소통능력은 병원을 자꾸만 멀리하게 합니다.
의료보험 상품을 잘 구입하고 의료서비스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익히면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몸을 돌볼 틈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느라 이런 데까지 여력이 닿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몸이 좀 이상해도 시간이 없고 병원비가 무서워서 병원 가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세월이 지나 살만해지면 병이 심각해져 세상을 떠났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는 이미 흔해져 버린 한국인의 이민사회입니다. 한국계이든 외국계이든 병원을 좀 더 가까이 해서 정기검진도 자주 받고 제때 치료를 받아 이국 땅에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이민 1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중에 친구들이 개업의가 되면 한군데 모아서 보험서비스와 통역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종합병원을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저는 동네병원에도 잘 가지만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지 의사는 좀 갑갑해서 피하고 반대로 너무 새파랗게 젊은 의사는 제 아무리 ‘천재소년 두기’라도 못미더워서 가벼운 증상이나 정기검진 때만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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