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어난 버지니아텍의 총기난사살인사건으로 인해 한국에서 말이 많은 것 같다. 미디어에서는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고 극히 희소한 온갖 가능성을 다 들먹이고 있고 사람들도 덩달아 불안해 하며 대상이 모호한 걱정과 비난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이런 일련의 현상에 어떤 왜곡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이번 사건이 미국 최악의 학원사고라고 하더라도 그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과 한국에게 불이익이 주어지거나 차별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손에 총이 있고 정신이 나간 놈이 있다면 누구나 이런 살인범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고 그 국적은 그 범죄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CNN에서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떠들어 대더라도 받아들이는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여러 인종 여러 민족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등으로 나눌 필요 없이 다 동양인일 뿐이다. 이 나라는 그런 민족가르기를 하기에는 그 다양성이 너무 큰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미국 밖에서 한국인 테러리스트가 미국시민권자를 단 하나라도 살해했다면 그것은 분명 국가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범죄를 일르키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 중에 한국 사람은 정말 얌전하고 선량한 축에 속한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한국에서 여러분들이 전화를 걸어 걱정을 해주셨다. 다들 많이 충격을 받으셨고 내가 미국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거나 극단적으로는 동네에서 다른 미국인에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계셨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나 동양계 친구들은 이것을 전혀 민족적인 갈등의 소재로는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범인이 한국인이고 미국시민권자라고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한국사람은 다 나쁜 놈이라고 보도하는 것 아니다. 동포 사회에서는 불안보다는 충격과 수치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것 같다.
한국의 신문, 방송 등에서 발빠르게 한인회장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LA폭동 등에 비교하며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하니 혀를 찰 일이다. 비자 받기 글렀다고, 주한미군 행태를 규탄을 면목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아무 죄없이 희생된 학생들과 교수들을 위해 잠깐의 추도라도 드리는 모습이 더욱 바람직할 것 같다.
+ 개인적인 바램은 미국 총기관련법이 더 이상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사회적인 이슈화가 되어 총기가 영원히 미국사회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것이다.
+ 덧붙여 미국에도 남부나 중부 쪽에는 도시화가 되지 않은 곳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데서 또라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동양인 사냥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좀 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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