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서 또 주전자를 태웠다. 그로 인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크다. 솔직히 말해서 주전자를 태우는 것은 아버지나 어머니 뻘 되시는 분들이나 하는 나이 때문에 생기는 실수라고 생각해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감자나 빨래를 삶다가 태우시는 걸 봐왔고, 장인 어른께서 커피물 끓이시다가 주전자를 몇 개씩 태우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주전자를 태우는 날이 오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그 날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온 것이다. 드립커피와 차를 즐겨 마시기에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것이 나에게는 생활의 일부이다. 물 올려 놓고 딴 일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몸 안의 어떤 센스가 경보를 주고, 나는 제깍 하던 일을 멈추고 불을 끄러 가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센스가 작동을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