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형이자 친구인 K군이란 사람이 있다. 나보다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간 탓에 내가 고2 때 고3이었던 K군은 정말 독특하고 재밌으면서도 배울 점이 넘치는 선배였다. 너무 죽이 잘 맞은 탓에 의형제까지 맺어버린 이 사람이 그 해 여름 평생동안 잊지 못할 (=두고두고 놀려먹을)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었다. 한국의 여느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직행하곤 했는데 독서실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늘 새벽 2시가 넘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하면서 깨어있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 늦은 시간에 가로등만을 의지해서 20분 가량을 혼자서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공부한답시고 밤 늦도록 무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