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 영어공부

영어를 쉽게 하는 비법 - 말하는 건 내 몫, 듣는 건 네 몫

Y군! 2008. 1. 28. 13:32

영어라고 다 똑같은 영어가 아니며 그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제가 중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흔히 영어라 하면 문자 그대로 영국에서 쓰는 말 혹은 미국 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외국어 등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영국식과 미국식 정도는 구분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영어라는 언어는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민족이 쓰는 언어이며 어디서 누가 쓰는가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영어라도 서로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힘든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conversation
영어를 쓰는 나라는 무척 많습니다. 자국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영어를 자국어만큼이나 자유롭게 구사합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영어를 쓰지요. 아시아에서는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에서 영어를 사용합니다. 남아공을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영어를 씁니다. 각국에서 쓰는 영어는 앞에 국가를 나타내는 수식어를 써서 구분하지요. (위키피디아 참조)

영어는 다양성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언어라고 생각됩니다. 영국식 영어만 하더라도 웨일즈,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등 지역에 따라서 발음과 억양 그리고 단어/구문의 쓰임이 매우 다르지요. 그래서 영국식 영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기가 무안할 정도로 서로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쓰는 영어도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다른 것처럼 지역에 따라 억양이나 발음 차이가 제법 납니다. 예를 들어 동남부에서 쓰는 영어와 동북부에서 쓰는 영어는 같은 미국식 영어가 아닌 것처럼 완전히 다르게 들린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언어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은 상당히 알아듣기 어려운 지역 방언들도 많이 있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위에서 말한 방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민으로 인한 억양의 다양성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전세계 수많은 나라들로부터의 이민에 의해서 이루어진 나라이고 당연히 이민1세들은 영어를 할 때 모국어의 억양이 섞이게 되지요. 인도 억양, 남미(주로 스페인어) 억양, 베트남 억양, 중국 억양, 러시아 억양, 한국 억양 등 이민자들의 국적만큼이나 많은 억양들이 존재하는데 신기하게 미국서 좀 오래 언어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쪽에서 온 억양이 대강 알 수 있게 된답니다. 이 외에도 흑인들이 쓰는 억양이나 남미계통 사람들이 쓰는 억양 등이 또 다른 기준으로 백인들이 쓰는 영어와는 또 다른 억양과 발음을 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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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입니다^^) 그럼 도데체 이런 다양한 차이를 가지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걸까요? 같은 영어라도 서로 큰 차이를 가질 때가 많은데 말입니다. 우리처럼 단일언어와 표준어가 있는 단일민족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영어교육을 전공으로 하는 미국 친구에게 들은 말인데, "말하는 건 내 몫, 듣는 건 네 몫" 이라는 겁니다. 말하는 사람은 어떤 종류의 영어이건 간에 일단 영어로 말을 하면 되는 것이고, 듣는 사람은 그것을 영어로서 어떤 식으로든 알아들어서 의사소통만 하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앞에서 말한 바처럼 방언이나 억양 문제로 우리말처럼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100% 정확하게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청자는 화자의 말을 대충 포인트만 잡아서 이해해야 하고, 화자가 영어를 사용하는 이상 이해여부는 전적으로 청자 책임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흔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하면 "Speak in English!" 라고 하면서 무안을 주곤 한답니다. 여담이지만, "조선말(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라는 말과 주는 의미가 좀 다르네요. ^^;

중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서 배운 바대로 영어에는 "억양"이란 것이 있지요. 문장의 중요한 단어 혹은 핵심단어는 약간 높은 음조로 강조해서 발음하고 의문문인가 평서문인가에 따라 발성의 높낮이가 달라지지요. 또한 대화에 있어서 예/아니오(yes/no) 뿐만 아니라 예, 그렇습니다/아니오, 아닙니다 등 (Yes, it is./No, it is not.)으로 화자와 청자가 대화내용을 거듭 확인하는 화법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Pardon me?"/"Excuse me?" 와 같은 표현을 매우 자주 쓰면서 대화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입니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군대에서 "잘 못 들었습니다!" 그러면 일단 욕부터 먹고 선생님이나 상사의 말을 한번에 못 알아들으면 욕 먹는 경험 때문에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지요.^^;)

요즘에는 많은 한국분들이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저처럼 이민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영어에 어려움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분들은 유창하지 못한 영어를 말하는 것을 심하게 부끄러워서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말하는 것은 내 몫이고 듣는 것은 상대방 몫입니다. 미국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닌데 유창하게 잘 할 이유도 필요도 없지요. 그런데 의외로 미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사람들은 accent(억양)가 좀 있긴 하지만 문법적으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대화하기 쉽다고 합니다. 내가 아무리 어색하게 영어로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이 그걸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어를 하는데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미국사람들은 상대방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더욱 주의 깊게 들으려고 애쓰고 쉬운 말을 골라가며 써주는 경향까지 있는데 말이죠. (안그러면 대화가 안되고 그럼 본인이 더 피곤하겠죠?)

영어 말하기에 어려움을 격으시는 분이 있으시면 앞으로는 상대방 몫까지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할 테니 너는 너대로 최선을 다해라."는 투로 얼굴 두껍게 시작하세요.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알아먹어라." 이런 투로 말이지요) 그리고 상대방을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천천히 말해 달라고, 쉽게 말해 달라고, 다시 말해 달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하세요. 관공서나 대단히 바쁜 곳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친절하게 부탁을 들어줄 겁니다.(립서비스는 미국이 최고입니다!^^) 한국어와 영어의 근본적인 차이 중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도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표준어도 사투리도 없고, 서로 다름만 존재하며 또 그것이 인정되는 언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금새 영어가 편해지고 실력 또한 일취월장 하게 될 겁니다.

주의사항: 위에 써놓은 글은 주변에 같은 한국사람이 있어도 부끄러워 하지 않아야 하거나 영어를 쓸 때 주변에 아예 한국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