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은 내가 미국에 '살' 작정을 하고 태평양을 건너온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민을 왔든 유학을 왔든 3년은 고생해야 삶의 컨트롤을 좀 할 수 있게 된다는 이민 선배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었기에 3년을 바닥부터 구르면 생계는 내 손으로 꾸리게 되겠거니 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공부까지 한 교포친구들 밖에 내 삶을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에 속으로는 항상 많이 조급했었다.
미국이 처음도 아니고 공부를 적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 다른 나라라고 달라야 얼마나 다를까 했으나 살러 온 것과 놀러온 것/공부하러 온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영어도 깐에는 좀 한다고 자신 있었는데 그 잘난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나서 abc부터 다시 배운 것 같다. 노동허가가 어서 나오지 않아 식료품가게 점원, 짐꾼(?), 통역, 컴퓨터 수리, 컨설팅, 서기, 경리, 세일즈, 회계, 비영리단체, 헤드헌터 등등 별의별 일을 다 해보면서 후회도 많이 했다.
무엇을 어찌해든 간에 시간은 가속도를 가지며 잘도 간다. 아무튼 3년이 지났고 지금의 나는 아직도 삶의 여유는 커녕 빡빡한 삶을 살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때문에 일은 정말 섭섭지 않도록 많이 하지만 아직 페이는 많이 섭섭하다. 그렇다. 여전히 생계가 막연한 Y군이다.
3주년이 되던 올해 6월 23일도 바쁜 일주일 속에 묻혀서 지나가 버렸다. 사실 그날은 3년간 건강하고 무사하게 미국에서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하며 축배라도 들고 싶었는데 일 좀 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버렸고 한국하고 컨퍼런스콜 몇 통 하고 났더니 자정이 지나버렸다. 그리고는 졸리니 그냥 자버렸다. ㅡㅡ;
3년간의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많은 어려운 점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다 겨우겨우 넘어가면서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그로 인해 자신감도 많이 생긴 것 같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3주년 목표로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장이나 수입을 가지고 사는 것을 잡았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모든 어려운 일과 행복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반려자와 함께 삶을 꾸려간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자랑거리가 충분한 것이다.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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